부러진 우산을 신발장 깊숙이 넣어두는 마음

새 우산을 산 지 얼마 되지 않았습니다. 튼튼하고 색깔도 마음에 들어 매일 그것만 들고 다녔습니다. 그런데 며칠 전 신발장을 정리하다가, 살 하나가 부러져 이제는 펴지지도 않는 낡은 우산 하나를 발견했습니다. 손잡이의 가죽은 다 벗겨져 있고, 천에는 얼룩도 남아 있었습니다. 누가 봐도 버려야 할 물건이었습니다. 그런데 저는 그 우산을 버리지 못하고 다시 신발장 안쪽으로 밀어 넣었습니다.

왜 그랬는지 스스로도 명확히 설명하기 어려웠습니다. 실용성으로 따지면 그 우산은 이미 쓸모를 다한 물건이었습니다. 비 오는 날 그 우산을 펼쳤다가는 오히려 더 젖을 게 뻔했습니다. 그런데도 손이 그 우산으로 향할 때마다, 버리자는 결심이 매번 슬쩍 미뤄졌습니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그 우산은 몇 년 전, 갑자기 소나기가 쏟아지던 날 편의점에서 급하게 산 물건이었습니다. 그날 저는 중요한 면접을 앞두고 있었고, 비를 쫄딱 맞을까 봐 마음을 졸이던 참이었습니다. 그 우산 덕분에 옷이 크게 젖지 않은 채로 면접장에 들어설 수 있었습니다. 결과가 좋았는지 나빴는지는 이제 잘 기억나지 않지만, 그날의 조급함과 안도감만은 이상하게 선명하게 남아 있습니다.

낡고 부러진 물건을 쉽게 버리지 못하는 마음은, 어쩌면 그 물건 자체가 아니라 그 물건이 붙들고 있는 어떤 순간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아이들이 유독 낡은 인형이나 담요를 손에서 놓지 못하는 모습을 본 적이 있으실 겁니다. 심리학에서는 이런 물건을 마음의 안정을 지켜주는 대상으로 설명하곤 하는데, 어른이 되었다고 해서 이런 마음이 완전히 사라지는 것은 아닌 듯합니다. 다만 어른의 방식으로 조금 다르게 나타날 뿐입니다. 새 우산처럼 기능이 온전한 물건보다, 이미 낡아버린 물건 쪽이 오히려 더 놓기 어려운 순간들이 있습니다.



신발장 한쪽 구석에 새 우산과 나란히 놓인, 살이 부러지고 손잡이가 낡은 오래된 우산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는 손의 모습



버리지 못한 채로 두어도 괜찮은 것들


정리 정돈에 관한 글들을 보면 대체로 "쓰지 않는 물건은 과감히 버리라"고 말합니다. 틀린 말은 아닙니다. 다만 그 조언을 따르려 할 때마다 이상하게 손이 멈추는 물건이 하나쯤은 있습니다. 저에게는 그것이 부러진 우산이었습니다.

결국 저는 그 우산을 버리지 않기로 했습니다. 대신 매일 들고 다니는 자리에서는 완전히 빼두었습니다. 신발장 가장 안쪽, 눈에 잘 띄지 않는 자리로 옮겨두고, 새 우산만 현관 앞에 걸어두었습니다. 실용적인 쓰임과 마음이 붙잡고 있는 기억을 굳이 한자리에 두지 않아도 된다는 걸 그제야 알게 되었습니다.

가끔 신발장 문을 열다 그 우산을 마주칠 때면, 그날의 조급했던 마음이 잠깐 떠올랐다가 이내 사라집니다. 그 정도의 여운이면 충분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언젠가는 이 우산도 자연스럽게 정리할 날이 오겠지만, 지금 당장은 아닌 것 같습니다. 쓸모를 다한 물건이라고 해서 반드시 버려야만 하는 건 아닐지도 모릅니다. 당신의 신발장이나 서랍 어딘가에도, 그런 이유로 자리를 지키고 있는 물건이 하나쯤 있지 않으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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